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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다시 하늘길이 열리기를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앉아 멀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몇 분마다 한 번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 비행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나는 그 비행기가 뉴왁 공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때때로 비행기가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날아갈 때는, JFK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아닐지 추측하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비행기는 전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어떤 비행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미루어 뉴저지 인근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없이 나는 비행기를 보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인 나는 공항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요즘의 아이티 상황을 떠올리며 몹시 슬퍼진다. 불과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갱들의 위험이 있음에도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었던 나라,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나라의 수도가 이제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이동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한, 그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정치적 이유로 이러한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아이티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제적 무관심에 이어 치안 불안으로 상용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동의 자유는 누구든지 여권이 있고 형편만 되면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입국 심사를 거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보편적인 자유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사회적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거나 돌아갈 수 없다. 갱단의 폭력으로 수도가 마비 지경에 이른 아이티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티에서도 한동안 많은 사람이 여권을 만들기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하였다. 현재는 갱단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지만, 여권을 발급해 주는 관청 앞에는 온종일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이 있으면 어떻게든 나라를 떠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두세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발급 비용을 감수하고 여권을 신청하는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만연한 갱단 폭력과 공권력의 부실한 대응 탓에 더욱 심각한 혼란에 빠진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공항은 마비되고, 국경은 굳게 닫혀 있다.   수도 포토프린스의 따바에 위치한 하우스오브호프 고아원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다. 매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커다란 바퀴가 땅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힐 듯 머리 위를 지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아이티의 하늘은 텅 빈 채로 침묵으로 가득 차 비행기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서쪽 하늘을 끊임없이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아이티에도 다시 하늘길이 열려 아이티 사람들도 자유롭게 세상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립된 나라가 다시 열린 세상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티행 비행기가 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날이 속히 와서 그곳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만나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꿈을 나누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늘길이 아이티행 비행기 하늘길이 열리기 번씩 비행기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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